Another
20060531

칼을 눕히며
검지에 새긴 문신을 읽어 내고 있다
슬픔은 신에게만 국한된 감정이면 좋을 뻔했다
머리카락을 끊어 내는 중이다
헌금함에 머리카락을 넣고 천막을 뜯었다
주일이면 종탑에 갇힌 달처럼
검지를 접었다 펴며 종소리를 셌다
휘발되는 것들은 내 위로
그림자를 버렸다
종탑 위 텅 빈 새들이
예배당을 나서는 내게로 뛰어내렸다
나는 왼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새벽이면 십자가를 끄는 교회를 보며
칼을 눕혔다
나는 호기심을 참으며 구원을 받느라
여전히 누가 눈을 뜨고 기도하는지 알 수 없다
신은
나를
동산 위를 걸어가는
붉은 포자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