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을 눕히며
검지에 새긴 문신을 읽어 내고 있다
슬픔은 신에게만 국한된 감정이면 좋을 뻔했다
머리카락을 끊어 내는 중이다
헌금함에 머리카락을 넣고 천막을 뜯었다
주일이면 종탑에 갇힌 달처럼
검지를 접었다 펴며 종소리를 셌다
휘발되는 것들은 내 위로
그림자를 버렸다
종탑 위 텅 빈 새들이
예배당을 나서는 내게로 뛰어내렸다
나는 왼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새벽이면 십자가를 끄는 교회를 보며
칼을 눕혔다
나는 호기심을 참으며 구원을 받느라
여전히 누가 눈을 뜨고 기도하는지 알 수 없다
신은
나를
동산 위를 걸어가는
붉은 포자라고 했다
홍조, 성동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