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20060531

우리가 처음으로 마주하는 세상은 흑백의 풍경이다. 시신경이 활성화되는 생후 사 개월까지, 아기들은 묽디묽은 무채색의 세상을 본다. 시간이 지나면서 공간은 점차 색채를 띠기 시작한다. 맨 처음 나뭇잎이 녹새으로 빛나기 시작한 순간, 병아리의 솜털이 노랗게 변한 순간, 하늘이 석양의 붉은빛으로 물든 순간, 아기들은 놀라서 소리를 지른다. 그 빛은 우리 생에 잠시 머물렀다가, 죽음에 이르는 순간 사라져버린다. 그래서 다들 뒤늦게 이마를 치는 것이다. 좀더 봐둘걸, 좀더 머물러서 봐둘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