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20060531

살아남은 포유류의 척수에 바늘을 꽂고 이동 중이었지

피로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은
피를 돌리지 않아야 한다는 걸 늦게나마 깨달았다네
결국 고향으로 돌아가는 거 아니었겠나
분해되고 싶었지

우주처럼

꽃잎은 떨어트리려는지 다른 꽃잎과 묶으려는지 알 수 없는 바람이 불고

사랑이라는 말은 미래를 속이기 좋았네

당신은 일찍이 그걸 믿지 않았지
아니면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나에게 피부를 내주었던가
한쪽 눈을 감으면 아직도
당신이 바라보던 세계가 보인다네

세계라는 말도 역시
참 질기고
우리의 욕망을
분배하기 좋았지

꽃잎을 하나 둘씩 흩날리며
더 해보라는 듯이 당신은 나의 얼굴로 미소를 짓고 있네

내가 비난했던 사람들
대부분은 나의 얼굴을 하고 있었지
덩어리가 완성되길 기대했다네
과연 나는 먹음직스러운가
종교를 알아보게

피를 교체한 다음날은
당신이 살던 시절이
자꾸만 나타나
끔찍하다네
그럴 때면
샐러드를 만들고
술을 데우지

목숨이 하나밖에 없던 시절……

불행을 물려줄 수 있었던 인간의 마지막 세기……

당신은 무슨 일이든 항상 여지를 두었으니
내가 생각하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겠지
사실 그 비겁함을 닮고 싶었네
더 취하기 전에
자화상이나 그려 보게

무책임하고 완벽한 시스템을

가장 왜곡된 나의 진실을

뽑아낼 수 있지 않겠나

내가 유전시키고 있는 이 포유류의 낭만은 무엇이었을까

다음 새떼를 아직도 기다리는지 당신은 긴 잠에서 깨어나질 않고

나는 절단된 나의 다리로
기어가
군침을 흘려 보는 것이네